T사 반도체 분쟁사건의 회고

챔버 내부의 서셉터에 대한 공격
기사입력 2017.07.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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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전략 3 :챔버 내부의 서셉터에 대한 공격

 

상대방에 가한 공격 가운데 또 하나는 CVD 챔버 내부의 서셉터에 관한 것이 있었다.


서셉터(susceptor)란 CVD 챔버 내에 웨이퍼가 놓이는 척(chuck)을 말한다. 기술적으로 약간의 설명을 보태면, 이 특허의 핵심은 CVD공정을 진행하기 전에 챔버내부, 특히 서셉터를 티타늄(Ti)으로 미리 프리코팅해 놓아 장차 Ti 주공정을 진행할 때 서셉터로부터의 오염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기술이다.


서셉터에 대한 공격은 두 갈래로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하나는 특허출원 과정에 있어서 출원인이 제출한 서류검토이고, 다른 한 갈래는 선행기술에 대한 조사였다. 먼저, 출원서류 검토에 대해 설명해 보자. 권리자가 특허출원 과정 중에 제출하는 서류는 출원명세서 뿐만 아니라 의견서 등 다양한데, 이를 모두 살펴보고 공격할 포인트를 찾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분쟁 시에는 꼭 해야만 할 일이다. 특히 이 경우 T사는 일본에다 먼저 특허출원하여 등록까지 받았고, 한국에서는 그 이후에 등록을 받았는데 일본의 특허출원 서류는 우리 일과 관련된 일본대리인에게 의뢰하여 받은 다음에 번역하여 모두 살펴보았고, 한국 특허 역시 모두 복사한 다음 살펴보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 번 읽어보니 하나의 공격지점을 찾게 되었다. T사의 한국 특허출원 당시에 한국 특허청의 심사관은 선행기술로 Applied Materials사의 텅스텐 프리코팅 기술을 제시한 바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T사가 선행기술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국 특허청에다 제출한 의견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문제점을 요약하면, T사는 서셉터'만' 프리코팅한다고 주장하고 특허로 등록을 받아버린 것이다. 출원과정에서는 선행기술을 극복하기 위해 서셉터'만' 프리코팅한다고 해 놓고서 나중에 특허권을 행사할 때에는 서셉터'도' 포함하여 챔버 내부를 모두 프리코팅하는 것도 자기들의 특허권리에 포함된다는 주장은 법에서 절대로 허용되지는 않는다. 특허를 받을 때에는 권리범위가 좁은 것처럼 포장을 하여 쉽게 등록을 받고, 나중에 그 권리범위를 확대하여 주장하는 것은 출원단계에서 스스로가 한 주장을 무시한 것이다.1 출원단계에서는 등록받는 것이 우선 급하여 무조건 선행기술을 피하고자 싶은 욕망에 이런 주장을 하게 되면, 나중에 권리행사할 때 문제가 불거진다. 더구나 T사의 프리코팅 기술은 플라즈마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서셉터'만' 골라서 프리코팅할 수도 없어 실시가 불가능하다는 점, 비록 실시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 고객사의 제품은 서셉터'만' 골라서 프리코팅하지 않는다는 점, 이 두가지를 포함한 공격을 계속하였다.


나머지 한 갈래의 공격은 우리 독자적으로 선행기술을 찾아 들이미는 것이었다. 내가 반도체업계의 경험에 비추어 가만 생각해 보니 T사처럼 글로벌한 기업이 CVD 챔버 내의 모든 부품을 모두 자력개발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T사에 서셉터를 납품하는 기업이 있는지 조사하였고, 마침내 한 기업을 찾게 되었다. 그 기업이 발행한 모든 자료와 일본 내에 특허출원한 내역도 모조리 조사하였는데 일본 특허로 출원한 내역 가운데 금속 서셉터의 금속원소가 CVD공정 중에 떨어져 나와 Yield에 문제를 일으키니 프리코팅이 필요하는 문구를 찾게 되었다. 이를 가지고서 선행기술에 의한 무효도 주장할 수 있게 되어 양 갈래로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공격으로 T사의 챔버 프리코팅 특허는 최종적으로 결국 죽고 말았다.

 


사. 글자 하나의 중요성

 

이번 경우같이 결국 T사가 만천하에 자랑하던 챔버 프리코팅 특허는 결과적으로 글자 한 자 '만'자 때문에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출원명세서에 기재된 글자가 아니라 심사관의 거절이유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의견서의 글자 한 자 때문이다. 비록 글자는 한 자이지만 그 때문에 권리범위는 확연히 달라진다. "서셉터'만' 프리코팅하는 것"은 서셉터만을 골라서 프리코팅한다는 뜻이고, "서셉터를 프리코팅하는 것"은 챔버내 다른 부분도 프리코팅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이 어찌 뜻이 같을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같을 수 있으랴.

 


아. 전략 4 : 화학공정에서의 수치의 중요성

 

T사와의 분쟁 특허 가운데 하나는 ClF3 클리닝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ClF3가스를 이용하여 챔버 내 티탄염화물을 TiF4 변환시켜 제거하는 기술이다(샤워헤드 클리닝 기술이다). 한일 양국에 출원되고 제출된 문서를 비교하여 보니 일본의 특허권은 샤워헤드 클리닝시 온도의 상한선이 '200도'로 설정되어 있는데 비하여 한국의 특허권은 '130도 이상'으로 기재되어 있어 상한선 설정이 없었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온도가 된다. 만약 미래에 소재기술이 발달하여 200도 이상도 견딜 수 있게 되면,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 기술도 이 특허권에 모두 포함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한다.2 화학이나 재료에 관련된 발명에서는 이처럼 수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학발명에서는 수치의 한정이 없는 청구항을 매우 세심하게 다룬다. 일본의 심사관은 이를 지적하여 온도에 대한 수치한정을 하고서야 특허로 등록시켜 주었는데, 한국 심사관은 이를 간과하여 수치한정이 없는 무제한 온도범위를 등록시켜 버린 것이다. 우리는 수치한정이 없는 무제한의 온도범위란 존재할 수 없는 점, 일본에서는 수치한정을 하고서야 특허로 등록받은 점 등을 공격포인트로 삼았다.


이 같이 외국기업과의 분쟁이 발생하면 그 나라에 출원된 특허와 출원과정 전부를 다 살펴보아야만 하고, 이를 한국 출원과 일일이 비교해 보아야만 한다. 만약 특허권자가 5개국에 출원하였으면 5개국의 출원서류 모두를 살펴야 한다. 비록 하나의 특허를 여러 나라에 출원하였지만 최종적으로 등록된 권리범위는 나라마다 각기 다르게 설정되어 있을 수 있고 출원과정에서 각국특허청과 출원인이 주고 받은 서류에서도 자칫 엉뚱한 주장이 개입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모두 집어내어 소송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화학이나 재료에 관련된 특허에서는 이 같이 수치가 중요할 때가 많다. 어떤 수치는 공개하여야만 권리가 생기고, 어떤 수치는 공개할 필요없이 영업비밀로 지켜야할 순간도 생긴다. 워낙 다양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때 그때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험으로 공개여부를 판단하여야만 한다. 우선적인 특허출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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