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사 반도체 분쟁사건의 회고

전략2: 늬들이‘챔버’를 알아?
기사입력 2017.06.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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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전략2: 늬들이‘챔버’를 알아?

 

참고로 T사 특허7건의 국제적인 등록 상황은 아래의 표 1과 같았다. 표에서 보듯이 일본내 자국출원을 시작으로 전세계 반도체 주요국에 모두 특허등록이 된 상태로, 만약 한국에서 특허가 무효로 된다면 다른 나라의 등록지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T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방어를 하여야만 하는 주요 특허들이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치고 CVD 공정을 진행하는 챔버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우리가 상대방에게 가한 공격 가운데 하나는 '챔버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 있는데 이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즉, 무효를 받아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였다. 좀 더 자세하게는 '챔버'란 용어가 가지는 의미가 과연 어떤 세부구조까지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공격이었다.


아래의 [그림 2] 를 참고하여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상대방은 [그림2]에서 도면부호 '2'를 챔버로 인식하고 표시한 한편,특허청구항에서는 '챔버를 규정하는 처리용기'라고 기재하였는데, 막상 명세서 본문이나 도면에는 처리용기가 무엇인지는 '규정'해 놓지 않았다. 이런 경우 엔지니어들은 보통 '챔버'나 '처리용기'나 그 말이 그 말이라고 인식하여 양자의 차이점을 무심코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챔버와 처리용기 모두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련 종사자들은 다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험많고 눈 밝은 대리인에게는 이런 애매한 청구항은 아주 좋은 먹이감이 된다.


11-1.png
 

어떤 공격을 가했는지 한 줄로 요약하면,『'챔버'는 도면부호 2로서 sidewall부분으로 인식되지만 도대체 '처리용기'가 '챔버'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되지 않았고, 그런 것을 권리범위로 삼았으니 그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특허는 무효이다"』이다. 이는 말장난도 아니고 쓸데없는 시비도 아니며 바로 회사가 죽고 사는 문제이다.


만약 내가 가진 땅의 등기부를 떼본다고 가정해보자. 등기부 먹줄 하나에 몇 센티가 왔다갔다 하고, 그에 따라 나의 재산권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먹줄 때문에 옆집 담의 벽돌이 내 땅을 침범해 들어올 수 있고, 법정다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 특허권도 마찬가지로 '재산권'이기 때문에 용어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해석상 차이가 나게 된다. 가령 특허권자가 자기에게 유리할 때에는 어떤 용어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여 자기 권리범위를 최대한으로 하고, 자기가 불리할 때에는 그 용어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는, 이른바 '고무줄 해석'이 허용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11-2.png


특허권은 부동산 등과는 달리 형체가 없는 '무체(無體) 재산권'이라서 특허청구항에 기재된 것이 바로 자기의 권리이기 때문에 임의로 그 권리범위를 해석하는 것은 법적인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챔버를 규정하는 처리용기'라고 하여 법적으로는 '처리용기'를 청구한 셈이 되는데, '처리용기'가 '챔버'를 어떻게 '규정'하였는지 설명되어 있어야만 한다. 즉, 처리용기가 바로 챔버인지, 아니면 챔버, 리드 부재, 스테이지 유지 부재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였거나, 그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하였다면 이러한 시비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챔버'가 처리용기의 다른 표현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고, 따로 '규정'하지도 않았으며, 버젓이 도면부호 2가 챔버라고 도면에 표시해 놓았던 것이다. 이래놓고서 '챔버'를 규정하는 처리용기’를 권리범위로 주장하는 것이니 나로서는 그 애매모호성을 당연히 걸고 넘어질 수 밖에 없다.

 

마. 엔지니어링과 법 사이의 괴리감

 

특허권이 미치는 범위는 오로지 특허청구항에 의해 결정되고, 청구항에 기재된 용어의 의미는 '특정'할 수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그 기준이 왔다 갔다 해서는 안된다.


사람이 어떤 용어를 받아들일 때에는 그 용어가 가지는 개괄적인 개념을 받아들인다. 용어의 의미가 생소할 때에는 보통 국어사전을 찾아보는데, 용어가 가지는 의미가 아주 잘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용어라 할 지라도 특허명세서와 같이 그 권리행사를 염두에 두고 쓰이는 법적인 문서 내에서는 용어의 의미가 하나의 명세서 내에서 '특정'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사람에 따라서 그 용어가 의미 범위를 달리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종사자들끼리 '챔버'가 무엇인지 물으면 묻는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할 것이다. 그런데 법에서는 특허권자가 어떤 것을 '챔버'로 정의하였는지, 또 그 정의에 따라서 주변 구성들을 나타내는 용어의 의미가 또한 특정 또는 확정되었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같은 용어라도 엔지니어가 생각하는 의미와 법적인 해석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런 유사 사례는 많이 있는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엔지니어링과 법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고, 양측이 서로 만나면 커뮤니케이션에 종종 문제가 생긴다.


고객과 대리인 사이에만 이런 문제가 있으면 좋으련만 재판날 법정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아주 아주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판사들이 재판할 때 힘들어 하는 부분도 당사자, 대리인, 재판관들이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한국어를 바로 해득하지 못해 생기는 이런 점들이다.


비록 가정이지만 판사와 당사자 회사의 엔지니어(K씨) 간에는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도 법정에서 생길 수 있다.


판사는 특허권 침해를 확정하기 위해서 '챔버'가 어디까지인가, 어떤 구성을 포함하는 것까지가 챔버로 보는가 묻는 것인데, 엔지니어가 생각하기로는 그림 2 전체를 챔버로 볼 수도 있고, 도면으로 판단하면 sidewall부분만 '챔버'로 볼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이슈가 되는지가 엔지니어에게는 심히 황당할 것이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그게 중요하게 다뤄지고, 재판이 열리는 현장에서 엔지니어에게 무엇이 챔버인지를 확정해보라고 하니 엔지니어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런 약점을 발견하여 공격할 수 있으면 대리인으로서는 얼마나 반갑겠는가? 특허를 무효시키기 위해서는 선행기술을 찾아 신규성이나 진보성 없다고 다투어야 하는데, 이러한 본격적 다툼에 이르기도 전에 상대방 특허를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건수가 생기니 말이다.

 

사전에서의 용어와 법적인 용어는 절대 같지 않다.

나는 챔버란 두껑이 포함되는가? 챔버에 서셉터 내부의 히터코일이 포함된다고 보는가? 와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도 엔지니어끼리의 대답을 서로 상충되게 만들 수 있다. T사와의 특허소송에서의 '챔버'란, 엔지니어가 알고 있는 그것도 아니고, 사전에 나오는 그것도 아니며, 특허명세서 내의 청구항에 기재된 바로 그것이 '챔버'다. 특허명세서의 질이나 약점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당사자가 죽고살기로 붙는 소송에서는 결국 파악되고 공격당한다.필자의 경험으로는 한국에서도 이 같은 명세서는 수없이 많은데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글로벌 기업인 T사가 수 억원씩 들여 출원한 국제적인 특허에서도 이러한 약점이 보이는데 하물며 한국특허에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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